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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0 뒤돌아보는 시간

뒤돌아보는 시간

2011/04/10 09:26 from Path


지금은 오전 아홉시. 오래전 GQ를 뒤적이다 우선 창문을 열고 커피한잔을 내린다. 넓지 않은 오피스텔이라 네쏘머신에서 흘러나오는 리스뜨레또의 진한 향이 방안을 진동을 한다. 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코가 벌렁거려지며 대학 시절 까페에서 커피를 처음 마셨던 그때가 문득 뇌리에 스친다. 대학로에 있었는데 지금은 아직 있는지도 모르는 '상파울로' 라는 네글자의 커피 전문점이었다. 그곳은 반지하에 어두운 조명이 유명해서 당시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어두운 복도를 지나 구조가 나무로 된 유리문을 열면 언제나 대학생 남녀가 테이블마다 수다를 떨고 있었고 그윽한 커피향에 모두들 자유를 이야기하며 자유를 표현하는 그런 곳이었다. 그땐 나도 참 마치 히피같이 자유롭고 순수했으며 내 분야밖에 모르는 고집센 엔지니어 였었다. 그래. 아마 그곳은 내가 자유라는걸 느낀 처음의 장소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커피향을 맡으면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마음의 안정을 찾게되고 갑갑하거나 뭔가 잘 안풀릴때에도 커피부터 찾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다시 말하자면 커피는 내게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거나 할때 꼭 필요한 그런 의미있는 존재가 되버린 것이다.


한잔을 살짝 들이키며 요즘의 나에 대해 생각해 본다. 유독 요즘의 내 행동과 생각들은 굉장히 단조롭고 단순하게 변색되 버렸다. 회사 업무로 인해 따로 집을 회사 근처에 마련한지 만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회사 집의 연속에 대한 단조로움으로 인해 성격 자체도 다채로움을 잃어가게 되었다. 예전엔 넉넉잡아 4시간 남짓 되는 출퇴근 시간을 버스와 택시로 이동 했었다. 나는 책을 읽었으며 수도 없는 사색과 내 행동에 대한 자기 암시 그리고 자기 성찰과 다짐을 출퇴근 시간에 하게 되면서 그때 그때 나만의 정리된 일관적인 한 길로 하루 하루를 그리고 나만의 정제된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불과 택시로 10분만 가면 출근 카드를 찍을 수 있다. 그렇게 생활 패턴이 변하면서 우선 처음 생겼던 변화는 예상대로 몸이 편해졌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몸이 편해지면 보다 많은 리소스를 확보하고 내 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던 내 생각이었고 오히려 나태해짐에 종속되어 많은 생각과 많은 인내조차 할 수 없는 단순하고 수동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아주 운나쁘게도 말이다. 내 육체는 편안해졌다. 반면에 내 정신은 나태해졌다.  

일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지금 내 인생의 내가 정한 그 시기에 그 일을 하고 있다. 구하기 힘든 나사. 입사때부터 언제나 머릿속에 달고 있던 입밖으론 절대 내비친 적 없는 그 나사. 나는 그 나사가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입사초에 온갖 스트레스를 이겨가며 이 잡을 얻었다. 누가 이 회사에서 이런 값진 일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까. 원하던 외국 업체들과 명성높은 엔지니어들과의 코어웍 그리고 나를 다져갈 수 있는 커리어. 이 회사의 명함을 달고 남들이 생각하는 이 회사의 단점을 짊어지지 않은 채로 굉장히 좋은 케이스로 남부럽지 않은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데에 나에겐 발톱 만큼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 나의 매력이 믹스된 말없고 조용하지만 생활 방식의 다채로움이 섞여있던 나만의 유니크와 캐릭터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입력받으면 그냥 감정을 내뱉게 되는 한낱 로봇이 되어 가고 있는 것 또한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리라. 한때 전국을 휩쓸었던 감정 로봇을 만들었던 때가 생각난다. 강아지 모양의 큰 눈을 가졌고 그 미간에 카메라가 장착된 얼굴 로봇이었다. 1초도 안되는 시간 안에 사람의 표정을 읽어서 감정을 분석한 다음 그대로 그 표정을 따라한다. 사람이 웃으면 입을 벌리며 따라 웃는다. 눈 꼬리가 내려가며 슬픈 표정을 짓게 되면 로봇의 눈썹 꼬리도 그 사람같이 파김치마냥 내려간다. 내가 만들었던 이 전국적인 명성과 경력을 자랑했던 로봇과 지금의 내 모습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이렇게 벼르고 벼르던 내가 다시 마인드를 가다듬고 이렇게 글을 써보자며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 동기는 근 일주일 새에 발생되었다. 바탕에 언제나 깔려있는 Do the right thing의 멘트와 언제나 글로 적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팀페리스. 이틀정도의 서울 출퇴근으로 인한 생활 방식의 리프레슁. 주말마다 계속 되었던 수도 없고 의미도 없었던 소개팅과 선의 향연. 멘토스러운 지인과의 심도있고 길며 진지했던 대화. 그리고 어이없는 실패를 맛보게된 한 이성과의 놀라운 이벤트(라고 할것까지도 없을 정도로 웃긴). 마지막으로 그동안 참고 참았던(나도 이게 가장 중요한 키 스트레스로 작용할 줄 몰랐던) 한 절친과의 예상된 이벤트. 결국엔 내 안의 내적인 폭죽파티.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가장 폭발이 컸던건 언제나 사사건건 나에게 영향을 행사하던 그 절친이었다. 언제부턴가 한동안 맘고생 하고 손 아래인데다 근래 신경쓸 일이 많아진 그 친구에게 나도 노심초사 늘 신경을 쓰고 있었다. 사회적 지위를 인정해주고 사사건건 내 생각의 내 행동의 바운더리에 침범해서 살살대고 갈때에도 예전같이 뭐라 하거나 리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언제나 그래왔다. 내 바운더리 밖은 상관 없다. 그 친구는 자기만의 철학이 있고 자기만의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냈다. 굉장히 높이 살만 하고 손아래 이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근성과 그 내면 만큼은 존중하고 인정한다. 내 바운더리 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쪽 철학은 그쪽 철학이다. 아닐지 와 그런듯 과 같은 의견 제시는 솔직히 대놓고 하라는 얘기만 못하다. 나를 생각해주고 절친이라고 생각해주는 것도 고맙다. 오랜 시간 우정을 쌓아온 사이니까. 모든 것에 관대한 내가 딱 하나 관대하지 못한 나의 바운더리를, 시시콜콜 만지작 거리는 것에 대한 나만의 까탈스러움 만큼은 예외로 뒀던 그 친구에게 솔직히 적잖이 실망을 했다. 이제는 변할 줄 알았던 것이고 알아서 자제할 줄 알았던 기대치라는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긴 것이다. 그리고 이젠 그냥 조용히 넘길 생각은 없다. 우정에 금이 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변할 것이다.

또 하나 인정할 건 또 인정해야겠지. 위의 것들은 눈에 보여지는 혹은 내가 느껴지게 되는 결과이다. 이것에 대한 원인은 실제로 따로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단순해지고 생각하는 것에 있어서 게을러지고 나태해진 그러다보니 받는 대로 그대로 뱉어버리는 달라진 내가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리라. 이것 만큼은 난 한치의 변명도 할 수 없다. 인내심 강하고 생각 깊었던 본연의 나를 찾아야 될 때가 드디어 온거라는 생각이 든다. 몇 달 동안의 나는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 온건 사실이고 이게 어쭙잖은 상황을 만들면서 현재의 나를 각성하게 만든 셈이다. 여기서 다시 위의 논리가 적용된다. 내 바운더리는 밖의 잘못은 내 바운더리 밖의 잘못이다. 내 바운더리 안의 잘못은 순전히 내가 만들어 낸 것들. 

행동 심리학에는 현실이라고 믿기 힘든 여러 가설들과 행동 이론들이 있고 넓은 범위를 아우른다(심리학이라고 부르기 힘들정도로). 내가 직접 경험해 본 이론들만 해도 NLP 픽업 SNOOPING 그리고 DEAL에 이르기까지. 나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이런 실험적 논리와 이론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솔직히 이러한 모든 것들이 필요 없다는 것을 내 자신은 너무도 잘 안다. 내 안의 나를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나를 컨트롤 하는 방법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여러가지 생활 방식이 바뀌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놓치지 말자. 내 숨과 내 호흡으로 나를 느끼고 나의 중요성을 언제나 자각하자.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언제나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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